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지역의 중심 도시인 페루자. 이 도시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이 어우러진 중세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10월이 되면 페루자는 그 모습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거리 곳곳이 초콜릿 향으로 물들고, 골목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설렘이 가득 차오릅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축제 중 하나인 유로초코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1994년, 한 광고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유로초코는 이제 유럽 최대의 초콜릿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약 100만 명 이상이 페루자를 찾으며, 관광, 미식,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도시로 변모합니다.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서 초콜릿을 매개로 한 문화와 예술의 장으로도 기능하고 있지요.
특히 도시 중심가인 코르소 반누치 거리는 이 기간 동안 초콜릿 부스와 설치미술, 퍼포먼스 예술로 가득합니다. 건물 벽에도 초콜릿 브랜드의 대형 배너가 걸리고, 거리 곳곳에서 초콜릿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페루자는 마치 살아있는 초콜릿 왕국이 됩니다.
초콜릿, 그 이상의 오감 체험
유로초코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단연 후각의 유혹입니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진한 카카오 향이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며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초콜릿을 파는 곳이 아니라, 초콜릿으로 모든 감각이 열리는 곳입니다.
약 5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가해 전시 및 판매를 진행하는데, 초콜릿 종류만 해도 엄청납니다. 프랑스산 고급 다크초콜릿, 스위스 밀크초콜릿, 벨기에산 초콜릿 프랄린, 이탈리아 현지에서 만든 수제 초콜릿까지. 심지어 블루치즈나 고추, 와사비, 라벤더, 바질 등 이색 재료가 들어간 실험적인 초콜릿도 다채롭게 소개됩니다. 단맛뿐만 아니라, 씁쓸함, 매운맛, 허브향까지 갖춘 초콜릿은 이 축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또한, 거대한 초콜릿 조각상은 이 축제를 대표하는 볼거리입니다. 조각가들이 무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초콜릿 블록을 깎아내며 만들어낸 초콜릿 피사의 사탑, 초콜릿 다윗상 등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인증샷 명소로 유명하죠.
심지어 초콜릿 마사지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됩니다. 실제 카카오버터를 활용한 마사지는 피부를 부드럽게 해줄 뿐 아니라 향기치료 효과도 뛰어납니다. 오감 중 미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까지 만족시키는 경험이 가능한 것이죠.
초코카드,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페루자만의 매력
유로초코 축제를 120% 즐기려면 초코카드를 꼭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코카드는 축제 공식 패스처럼 활용되며, 여러 부스에서 샘플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체험 부스에 우선 입장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특히 초코카드를 제시하면 기념 초콜릿 키트와 리미티드 굿즈를 받을 수 있어, 방문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체험 부스에서는 초콜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체험, 초콜릿 조각 만들기 워크숍, 어린이 대상 카카오 교육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라면 아이들이 초콜릿을 통해 자연스럽게 식재료와 예술, 환경 문제까지 배우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게 될 겁니다.
또한 축제 중에는 페루자의 역사 유적과 초콜릿이 결합된 초콜릿 가이드 투어도 운영됩니다. 로마시대 유적, 고딕 양식의 건물, 성벽 등을 둘러보며, 각 지점에서 그에 어울리는 테마 초콜릿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역사를 맛보는 동시에 먹는다는 개념, 굉장히 유쾌하지 않나요?
참고로 페루자는 초콜릿으로도 유명하지만, 바치라는 초콜릿 브랜드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바치는 키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초콜릿은 달콤한 필링과 함께 작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 쪽지를 함께 포장해주는 감성적인 간식이죠. 유로초코에서 바치부스에 들르면 특별 한정판 포장 제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달콤함 너머의 의미 공정무역과 카카오 농업 이야기
흥미로운 사실은, 유로초코가 단순히 먹는 축제가 아니라 카카오 생산과 소비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장이라는 것입니다. 축제에서는 매년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전시나 강연이 열립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주요 카카오 생산국에서 온 농부, 활동가,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카카오 재배의 현실, 아동 노동 문제,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특히, 나는 올해 열린 가나 청년 농부들의 현실이라는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축제장 옆에 마련된 대형 텐트에서는 카카오 농장에 대한 생생한 다큐 영상이 상영되고, 실제 농부가 자신의 삶을 공유했습니다. 초콜릿 한 조각을 먹기 위해 누군가는 뙤약볕 아래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한다는 현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내가 구매하는 초콜릿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축제 마지막 날의 초콜릿 평화 행진에서도 이어집니다. 공정무역 마크가 찍힌 피켓과 초콜릿을 든 참가자들이 도시를 행진하며 윤리적 소비를 외치는 퍼포먼스는, 단지 즐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 유로초코의 깊이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 초콜릿을 넘은 경험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리는 유로초코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초콜릿을 중심으로 한 문화, 예술, 역사, 그리고 윤리적 소비까지 아우르는 종합 체험형 문화축제입니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혀로 맛보고, 손으로 느끼며, 마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축제는 단연코 단맛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혹시 여행 중 이탈리아 중부를 들를 계획이 있다면, 매년 10월 중순에서 말 사이 열리는 이 축제를 일정에 넣어보세요. 하루 종일 달콤함에 빠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초콜릿 왕국의 시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추천 방문 시기는 매년 10월 중순~말
장소는 이탈리아 페루자
팁 평일 오전 방문, 초코카드 구입, 편한 신발 착용 필수
기념품 추천 바치 초콜릿 한정판, 수제 초콜릿 아트 상자, 카카오버터 핸드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