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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마리 돼지가 달리는 축제 – 프랑스 ‘돼지 축제’ 현장 이야기

by 여니맘90 2025. 6. 25.

프랑스 중남부 오베르뉴 지방에 위치한 소도시 트뤼피. 매년 이곳에서는 조금은 기이하고, 동시에 무척이나 유쾌한 축제가 열린다. 바로 돼지 축제다. 축제의 핵심은 수백 마리 돼지가 좁은 마을 거리를 무리지어 달리는 돼지 경주인데, 현지 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 진풍경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이 축제는 중세시대 돼지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돼지는 오베르뉴 농촌 지역의 삶과 경제에 중요한 가축이었고, 지역민들은 해마다 풍성한 수확과 번영을 기원하며 이 축제를 열었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축제는 조금씩 현대적인 모습으로 진화했지만, 농촌 공동체의 협동과 감사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축제에 농업적 의미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더해져, 마을을 대표하는 최대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축제는 단지 웃자고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프랑스 농촌의 역사와 문화, 공동체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수백 마리 돼지가 달리는 축제 – 프랑스 ‘돼지 축제’ 현장 이야기
수백 마리 돼지가 달리는 축제 – 프랑스 ‘돼지 축제’ 현장 이야기

하이라이트! 수백 마리 돼지의 경주 현장


돼지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돼지 달리기 경주다. 축제 첫날 아침, 축포 소리와 함께 트뤼피 시내 중심가에 설치된 간이 울타리 안으로 수백 마리 돼지가 일제히 풀려나온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돼지들은 이리저리 뛰고, 구르고, 서로를 밀치며 질주한다. 돼지들은 경주마처럼 훈련된 존재가 아니기에, 그들의 예측 불가능한 방향 전환과 엉뚱한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낸다.

관광객들은 울타리 뒤에서 환호하며 돼지들에게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각자 자신이 응원하는 돼지에게 가자, 포르코 라고 외친다. 몇몇 돼지들은 아예 옆길로 새어 가게를 들이받거나, 아예 멈춰 서서 땅을 파기도 한다. 이 어수선하면서도 귀엽고 자유로운 풍경은 이 축제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축제는 경쟁보다는 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있어,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돼지에게는 작은 월계관과 명예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돼지를 기른 농가 역시 지역 사회에서 유쾌한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을 전체가 함께 웃고 떠들며 하나 되는 그 순간이다.

 

돼지를 테마로 한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다양한 돼지 테마 음식과 체험 부스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샤르퀴트리라고 불리는 돼지고기 가공품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 축제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직접 만든 햄, 소시지, 파테, 라르드 등이 시장 한복판에서 구워지고, 팔리고, 나눠 먹어진다.

관광객들은 이 기회를 통해 프랑스의 깊은 식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마늘과 허브로 맛을 낸 전통 소시지를 맛보며, 현지 와인과 함께 곁들이는 간이 바도 인기 만점이다. 심지어 돼지 간식 콘테스트, 가장 예쁜 돼지 간식 만들기 대회도 열리며, 아이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도 마련된다.

또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예를 들어, 작은 돼지 목장 체험, 돼지 인형 만들기 공방, 트러플 찾기 놀이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돼지에 대한 편견 없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구성돼 있어, 어린이 교육적 가치도 함께 담아낸다.

 

프랑스 농촌 공동체의 자긍심과 관광의 조화


돼지 축제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프랑스 농촌의 자긍심과 공동체의 힘을 볼 수 있다. 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마을 청년들, 어르신들, 학교 단체까지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 마을 주민 중 일부는 돼지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에 등장하거나, 아예 축제 MC를 자처하기도 한다. 마을 전체가 축제라는 거대한 무대를 함께 꾸미는 것이다.

이처럼 축제는 마을 안팎의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기회이자, 외부 관광객과의 연결점을 만든다. 매년 축제 기간 동안 수천 명의 방문객이 몰려들며, 지역 숙소, 음식점, 기념품 가게 등이 활기를 띤다. 축제를 통해 소외되었던 시골 마을에 활력이 돌아오고,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역 경제의 가능성도 제시된다.

최근에는 이 돼지 축제가 TV, SNS,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국제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 농가와 협업해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돼지를 매개로 한 이 독특한 축제는 농업과 관광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수백 마리 돼지가 거리를 달리는 진풍경, 그리고 이를 즐기는 수천 명의 웃음소리. 프랑스 트뤼피의 돼지 축제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지역과 세계를 잇는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문화 행사다.
만약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축제를 꼭 한 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이처럼 프랑스 트뤼피의 돼지 축제는 단순한 유쾌한 구경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축제의 뿌리에는 지역 공동체의 땀과 협력, 역사와 정체성이 녹아 있으며, 돼지라는 하나의 상징을 통해 전통과 현대, 농업과 관광, 로컬과 글로벌이 만나고 있다.

다음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 루트에 이 축제를 한 번 넣어보는 건 어떨까? 웃음 가득한 경주, 고소한 샤르퀴트리의 향, 그리고 따뜻한 프랑스 농촌 사람들의 환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색 체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돼지처럼 땅을 파며 달리는 즐거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