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작은 도시 오스터브룬. 매년 봄이면 이곳은 사람과 토끼가 함께 거리를 누비는 유쾌한 축제의 무대로 변신한다. 이름하여 토끼 축제, 즉 부활절 토끼 축제다.
이 축제는 본래 부활절 전통과 지역 농업 문화가 결합되어 발전한 행사로, 오랜 세월을 거쳐 독특한 형태의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오스터브룬이라는 지명도 독일어로 부활과 샘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합쳐진 이름인데, 실제로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부활절 토끼 축제를 열어온 마을로 알려져 있다.
축제는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 부활절 연휴에 맞춰 열리며, 도시 전체가 토끼의 나라처럼 꾸며진다. 거리 곳곳에는 토끼 조형물과 장식이 설치되고, 사람들은 귀여운 토끼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와 공연에 참여한다. 단순한 테마 축제를 넘어, 주민들 모두가 전통 의식을 공유하고 준비하는 지역 전체의 축제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관광객들은 이 진풍경을 보기 위해 독일 각지와 유럽 인근 국가에서 몰려든다. 1년 중 가장 활기찬 이 시기, 오스터브룬은 그야말로 토끼와 함께 숨 쉬는 도시가 된다.
춤추는 토끼, 달리는 토끼 – 축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
토끼 축제라고 하면 귀여운 장식과 가족 나들이만 떠오르기 쉽지만, 오스터브룬의 축제는 그 이상이다. 첫날 오후, 마을 광장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부활절 토끼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펼치는 춤 공연이 열린다. 이 춤은 오스터하젠탄츠라 불리며, 지역 전통 민속 무용과 현대 안무가 섞인 독특한 스타일로, 토끼의 깡충깡충 뛰는 모습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한 동작들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토끼 달리기 이벤트다. 실제로 기른 토끼들이 지정된 코스에서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귀여움 폭발. 물론 동물 보호 규정에 따라 토끼들은 무리하게 몰리지 않고, 참가자들은 직접 토끼를 만질 수 없다. 다만 관중석에서 귀여운 토끼들이 코스를 따라 달리거나, 옆길로 새며 엉뚱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들을 위한 토끼 분장 퍼레이드는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다. 아이들은 직접 토끼 귀를 붙인 의상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며 사탕과 달걀을 나누어 준다. 마치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이 퍼레이드는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떠올리는 따뜻한 시간이 된다.
토끼 테마 음식과 공예 체험 – 오감만족의 현장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맛과 체험이다. 오스터브룬의 토끼 축제는 단순한 관람형 이벤트가 아닌, 직접 체험하고 먹고 즐기는 참여형 축제로 유명하다.
거리 곳곳에 마련된 음식 부스에서는 부활절 달걀 요리뿐 아니라, 토끼 모양의 베이커리와 당근을 활용한 디저트, 달걀 샐러드와 팬케이크, 슈니첼을 곁들인 브런치 세트까지 다채로운 메뉴가 펼쳐진다. 특히 유명한 것은 카로텐쿠헨, 즉 독일식 당근 케이크로, 계피와 견과류를 넣어 풍미를 더한 디저트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공예 부스에서는 부활절 토끼 장식 만들기, 토끼 귀 헤어밴드 꾸미기, 부활절 달걀 염색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관광객들은 자신만의 토끼 아이템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다.
현지 장인들이 제작한 도자기 토끼 인형, 손자수 토끼 장식품 등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정감 있는 느낌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쇼핑 품목이다.
어른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맥주와 함께하는 토끼 술잔 만들기 워크숍, 그리고 저녁 시간에 열리는 부활절 토끼 와인 나이트도 있다. 축제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폭넓은 구성으로 진행되며, 하루를 온전히 토끼 세계에서 보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웃음과 전통, 그리고 공동체 토끼 축제가 주는 의미
오스터브룬의 토끼 축제는 단지 귀엽고 유쾌한 축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축제를 통해 우리는 전통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현대적 상상력의 조화를 볼 수 있다.
축제 준비는 보통 축제가 열리기 2개월 전부터 시작되며,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조직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토끼 복장을 만드는 재봉사, 무대를 꾸미는 조경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문화예술가, 그리고 홍보를 맡는 젊은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면서 마을은 점점 토끼 마을로 변신해 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축제가 세대를 아우르고 국적을 초월하는 화합의 장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축제를 위해 독일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심지어 일본, 한국 등지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오며, 마을에서는 이들을 위한 간단한 다국어 안내 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부활절의 상징이 되는 토끼를 통해, 종교적 경계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환대와 즐거움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소통하는 경험이 인상 깊다.
또한 토끼라는 소재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킨다. 축제와 함께 열리는 ‘생명 존중 교육 전시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동물 보호, 자연 생태계,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즐거움 속에 의미를 담고, 전통 위에 새로움을 더하는 이 축제는 지역 문화의 아름다운 진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스터브룬의 토끼 축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을 다정하게 만드는 경험 그 자체다.
눈앞을 깡충깡충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잃고 살던 순수함과 연결감을 되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 봄, 당신도 독일 어느 마을에서 토끼 귀를 쓰고 춤추고 있을지 모른다.
그건 꽤 멋진 일 아닐까?
이처럼 오스터브룬의 토끼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축제를 준비하며 마을 주민들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외부 방문객과의 교류를 통해 열린 공동체로 거듭난다. 무엇보다 이 축제의 진짜 매력은, 누구도 관람객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축제라는 점이다.
한 관광객은 말했다. 처음엔 귀여운 동물을 보기 위해 왔는데, 나중엔 나도 그 안에서 뛰고 웃고 있더라고요.
바로 그것이 이 축제의 힘이다. 어느새 어른도 아이도, 현지인도 외지인도 모두가 토끼처럼 가볍고 즐겁게 연결되는 시간.
이 짧은 봄날의 판타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따뜻한 추억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