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섬마다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숨겨진 진주처럼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축제가 있으니, 바로 동누사뜽가라 지역 사라토리 섬에서 열리는 사라토리 꽃 축제다.
바다에서 피어나는 꽃의 향연 사라토리의 전설과 축제의 시작
이 축제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우기와 건기의 경계에서 열린다. 자연이 가장 푸르고 생명력 넘치는 시기, 이 작은 어촌 섬은 온통 꽃과 향, 그리고 바다의 빛깔로 물들여진다. 축제의 기원은 수백 년 전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서 비롯된다. 전설에 따르면, 사라토리의 바다에는 한 여신이 살았고, 그녀는 전쟁과 분열로 황폐해진 섬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하늘에서 수천 송이의 꽃을 뿌렸다고 한다. 그날 이후, 이 섬에서는 해마다 바다에 꽃을 띄우며 평화와 조화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게 되었고, 그것이 현재의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오늘날의 사라토리 꽃 축제는 꽃을 통해 자연과 인간, 공동체와 조화로움을 기념하는 문화 행사로 발전했다. 외부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체험이지만, 사라토리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신성한 의식과 공동체 결속의 시간이다.
바다 위를 수놓는 꽃의 행렬 하이라이트 퍼포먼스
사라토리 꽃 축제의 백미는 단연, 바다 위를 수놓는 꽃의 행렬이다. 축제 이틀째 저녁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섬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모두 해변으로 모여든다. 작은 나무 보트들이 줄지어 바다 위를 떠다니며, 배 위에는 지역 여성들이 직접 엮은 꽃 장식과 부케, 화환이 가득 실려 있다. 특히 바닷물과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꽃 색깔은 마치 바다 위에 물든 정원이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보트에 올라탄 이들은 특정한 리듬에 맞춰 노를 저으며 꽃을 흩뿌리기 시작한다. 이 의식은 단지 장식적 의미를 넘어, 고대 신화에서 전해지는 꽃을 통한 정화의 행위를 상징한다.
어느 순간, 관객들도 함께 꽃잎을 손에 들고 바다로 던지며 기원문을 속으로 읊는다. 사랑과 평화를, 자연의 풍요를, 공동체의 번영을. 수천 송이의 꽃잎이 파도 위를 유영하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회화 작품처럼 바다 전체를 덮는다.
밤이 깊어가면, 일부 배에는 조명이 켜지고 작은 전통 악기 연주가 이어진다. 꽃 향과 파도 소리, 음악이 뒤섞인 그 순간은 시간도 국경도 사라진 마법 같은 공간이 된다. 그야말로 이 축제의 핵심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흐르는 것’이다.
꽃으로 만든 음식과 의상 – 감각으로 즐기는 축제의 정수
사라토리 꽃 축제는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 이 축제에서는 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펼쳐지며,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이 이어진다. 먼저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꽃을 활용한 전통 요리 체험이다.
이 지역에서는 먹을 수 있는 꽃, 예컨대 바나나 꽃, 히비스커스, 계피꽃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한다. 대표적인 요리는 붕가 카리라고 불리는 꽃 커리로, 말린 꽃잎과 코코넛 밀크, 향신료를 넣어 끓인 이 요리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축제의 정신을 담은 상징 음식이다.
또한 꽃 튀김이나 허브꽃 샐러드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현지 셰프들이 참여하는 쿠킹 워크숍에서는 직접 꽃 요리를 만들고 시식할 수 있다.
한편, 축제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은 각자 꽃으로 장식한 의상을 입고 다닌다. 특히 소녀들은 머리에 생화를 꽂고 전통 무늬의 천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는데, 이는 신화 속 여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매년 열리는 꽃 여신 선발 대회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창의적으로 꾸민 참가자에게 꽃 목걸이와 전통 장식품이 수여되며,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꽃 염색 체험, 꽃 화관 만들기, 향수 블렌딩 워크숍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축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체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자연과 사람, 전통과 관광이 만나는 공간
사라토리 꽃 축제는 관광과 전통의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문화유산 보존 기관,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협력해 상업성과 순수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제 수익의 상당 부분은 지역 보존 활동에 사용되며, 방문객 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환경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운영된다.
무엇보다 이 축제는 단순히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섬 주민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이어가는 살아 있는 전통 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 꽃 축제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 공동체 안에서의 조화, 그리고 정성과 예술이 만들어내는 연결의 힘을 이 축제는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꽃을 던진다는 행위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하나의 기도이며 약속이다.
사라토리의 바다는 그 꽃들을 받아 안고, 다시 섬과 사람들에게 치유와 평화를 되돌려준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 한 장에도 오래된 기억과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사라토리 꽃 축제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단지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공동체의 연대감과 지속 가능한 축제 운영 철학이다. 주민들은 관광객을 위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간다는 태도를 가진다. 실제로 축제 기간 동안 머무는 관광객들은 지역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꽃 장식을 만들거나 정화 의식에 참여하면서 진정한 손님이 아닌 일시적인 이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열린 분위기는 관광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사라토리를 방문한 한 여행자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단지 구경한 것이 아니라, 나도 그 속에 녹아들어 같이 웃고, 기도하고, 꽃을 띄우며 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라토리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치유의 공간, 그리고 마음의 풍경을 바꾸는 장소로 남는 셈이다.
또한 이 축제는 지역 청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꽃 공예, 음식 체험, 문화 공연 등 축제 전반에 참여하며 자신의 전통을 배우고 재해석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SNS를 통해 축제를 홍보하고, 친환경적 접근을 도입하면서 축제가 더욱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세대 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축제. 그 점에서 사라토리는 지속 가능성과 문화 자립성을 모두 품은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꽃은 시들지만, 그 의미는 오래 남는다. 사라토리의 꽃들은 그렇게 바다를 지나 사람들 마음속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어느 봄날, 다시 꽃이 피듯, 그 기억도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