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삼림 지대를 품은 나라, 캐나다. 전체 국토의 약 40%가 숲으로 덮여 있을 만큼, 캐나다는 오랜 세월 자연과 공존해온 벌목 문화의 중심지였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온타리오, 퀘벡, 뉴펀들랜드 등지에서는 숲이 단순한 생태계의 일부를 넘어 삶의 터전이자 경제적 기반이었다.
19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벌목 산업은 수많은 이민자 가정의 생계를 지탱했고, 이들이 숲에서 겪은 고된 삶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도끼질로 하루를 열고, 나무와 함께 숨 쉬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캐나다 문화 곳곳에 녹아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 바로 벌목 대회 축제다. 캐나다 각 주마다 지역색이 묻어나는 벌목 대회가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매년 여름 퀘벡 주의 뷔르니에서 열리는 국제 벌목 대회다. 이 축제는 벌목이라는 거친 기술을 스포츠와 공연, 지역 축제로 재해석한 대표적 행사로,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도끼, 톱, 그리고 맨몸 벌목인들의 리얼 퍼포먼스
축제의 메인 이벤트는 단연 벌목 기술 대결이다. 무대를 겸한 넓은 잔디밭에 세워진 경기장에서는 하루 종일 다양한 종목의 벌목 경연이 펼쳐진다. 여기엔 상상 이상의 박력과 정밀함이 공존한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스프링보드 촙. 이는 나무 기둥에 발판을 끼우고 그 위에 올라가 도끼로 상단을 베는 경기다. 3~4미터 높이에 매달린 채 균형을 유지하며 빠르게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공중 벌목 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또 다른 인기 종목은 더블 벅 소. 두 사람이 거대한 양손톱을 양쪽에서 잡고 톱질을 하여 굵은 나무를 자르는 경기인데, 단순해 보여도 팀워크와 리듬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관중의 환호를 가장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는 로그롤링.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원목 위에서 두 선수가 서로 떨어뜨리려 하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경기다. 발 빠른 교차, 재치 있는 몸놀림, 순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 종목은 경기라기보다 하나의 묘기 쇼에 가깝다.
모든 경기는 엄격한 심사 기준과 함께 진행되며, 참가자는 체력뿐 아니라 전문적인 벌목 기술을 지녀야 한다. 실제 많은 출전 선수들이 목재업계 종사자 출신으로, 세대를 이어온 벌목 가문의 후예이기도 하다.
가족, 공동체, 전통이 어우러진 잔치
벌목 대회 축제는 단순한 경기의 나열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고 즐기는 종합 문화 행사다. 아침 일찍부터 축제장에서는 지역 농산물 장터, 어린이 체험 부스, 캐나다 원주민 전통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아이들은 나무 조각 체험, 미니 도끼 던지기 놀이, 우드카빙 색칠 체험 등을 하며 자연스럽게 숲과 친해지는 기회를 갖는다. 어른들은 지역 양조장에서 제공하는 맥주 한 잔에 삼겹살을 곁들이며, 벌목인들의 기술에 환호하고, 함께 웃고 즐긴다.
특히 저녁에는 벌목 문화와 관련된 민속 음악 공연이 열리며, 나무로 만든 임시 무대 위에서 퀘벡 전통 포크 밴드들이 피들과 버스킹 기타를 연주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둥글게 모여 춤을 추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러한 장면들은 마치 19세기 캐나다 북부의 마을 축제를 재현한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축제 기간 중에는 캐나다 벌목 문화에 대한 소규모 전시회도 열리며, 오래된 도끼, 톱, 마구, 작업복 등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에게 벌목이 단순한 일이 아닌 삶의 방식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어떻게 보면 이 축제는 근대 산업과 인간 노동,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되짚는 생생한 교육장이기도 하다.
자연을 벤다는 것의 무게 축제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벌목 축제는 겉으로 보면 화려한 기술의 향연이자 유쾌한 지역 행사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담겨 있다.
오늘날 벌목은 단순히 자원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 보호,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기후 위기 대응 등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축제에서도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워크숍, 벌목인의 윤리 강연, 어린이를 위한 나무 심기 캠페인 등은 벌목이 단지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숲을 돌보는 일임을 알리는 노력이다.
많은 지역 벌목인들은 오늘날 벌목인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엔 숲을 소비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숲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사람, 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통역사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린다. 바로 숲을 위한 묵념과 나무 심기.
경기장을 찾았던 수백 명의 관객과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벌목으로 잘린 나무들 옆에 새로운 묘목을 심는다. 그리고 짧게나마 조용히 고개를 숙여 자연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조용한 행위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축제는 소리 없이 이렇게 답한다. 기술이 아니라 태도가 그 미래를 만든다.
도끼가 휘둘러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 속에 울리는 건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다.
그건 인간과 자연이 맺어온 오랜 대화의 흔적이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숲의 언어다.
도끼 너머의 이야기 – 나무와 인간, 그리고 세대의 기억
벌목 대회 축제는 매년 끝이 나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는 감정은 단순한 흥분이나 즐거움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용한 물음이 머문다.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벨 때 느껴지는 단단한 저항, 나무가 쓰러질 때 울리는 둔탁한 소리, 그 모든 것이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의 실체를 상기시킨다.
또한 이 축제를 통해 아이들은 단순히 멋진 경기만 본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땀의 의미,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배운다. 장비 없이 맨몸과 도끼 하나로 거대한 나무를 다루는 벌목인들의 모습은,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근육과 기술, 감각이 함께 빚는 인간 본연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축제에 참가했던 어느 캐나다 벌목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나무를 베는 게 아니라, 세대를 잇는 이야기를 새기는 거예요.
그 말처럼 벌목 대회 축제는 과거의 헌신을 기억하고, 미래를 위한 책임을 다짐하는 자리다.
도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자르고, 문화의 결을 쌓아온 상징이다.
그리고 이 상징은 오늘도 사람들의 손에서 다시 깎이고, 다듬어지며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있다.
이 작은 나무 조각 하나에, 숲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