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그들에게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조류 문화의 뿌리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풍부한 조류 생태계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이 군도 국가는, 수천 종의 야생조가 서식하며 세계적인 조류 관찰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에게 새는 단지 관찰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들은 새를 가정의 일원, 삶의 동반자, 영혼의 소통자로 여깁니다.
자카르타나 욕야카르타, 수라바야 같은 도시에서도 아침이면 길거리 곳곳에서 새장 안의 노래하는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새를 기르는 것은 남성성, 품위, 인내, 미학적 감각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중산층 이상의 남성들 사이에선 명품 시계나 오토바이 대신 ‘명품 새’를 소유하는 것이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새에 대한 깊은 애정과 문화가 극대화된 축제가, 매년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열리는 ‘부룽 페스티벌, 즉 ‘새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형태와 규모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자와섬 중부의 클라텐, 슬레만, 그리고 욕야카르타 지역에서 가장 성대하게 열립니다. 이곳에서는 축제 전날부터 각지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새를 자가용, 오토바이, 심지어 항공편에 태워서 마을로 모여듭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 가장 아름답고 노래 잘하는 새를 세상에 자랑하는 것입니다.
아침 6시, 새들의 노래로 열리는 하루 축제의 하루 일정
축제 당일의 아침은 매우 이릅니다. 새벽 5시부터 참가자들은 새장과 함께 경기장을 향해 모여듭니다. 경기장은 보통 야외에 세워진 거대한 철제 새장 걸이 구조물과 임시 부스들로 꾸며지며, 수백 개의 새장이 일제히 매달려 있는 그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입니다.
오전 – 새 노래 경연: 미세한 떨림도 심사 대상!
가장 중요한 메인 이벤트는 키치우란, 즉 새 노래 경연 대회입니다.
참가자들은 무라이 바투, 케나리, 초착 히자우, 러브버드 등 종별로 나뉘어 경쟁에 나섭니다.
경기 시간은 약 10~15분, 그 시간 동안 새가 얼마나 꾸준하고 리드미컬하게 울었는지를 5명의 심판이 채점합니다.
평가 항목은 음의 톤, 리듬, 안정성, 울음의 간격, 새의 움직임과 활력, 심지어는 주인의 태도와 새장 디자인까지 포함됩니다.
심사위원들은 작은 녹음기를 들고 새의 울음을 분석하며, 점수판에 수치를 기록합니다. 이들은 보통 수년 이상의 심사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며, 일부는 ‘음색을 듣고 새의 건강 상태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심미안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낮 새 장터와 전통시장, 그리고 문화 공연
오후에는 새 관련 용품 시장, 현지 예술 공연, 새장 공예 시연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이어집니다.
새 시장이라 불리는 전통 새장터에서는 새 전용 약, 보충제, 고급 먹이, 수공예 새장, 그리고 심지어 새의 훈련법까지 거래됩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우승 경력 있는 새 한 마리의 가격은 1,000만 루피아(약 80만 원)를 훌쩍 넘을 정도로,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 ‘조류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대에서는 지역 고등학생들이 펼치는 조류 모티프의 전통 무용, 가믈란 연주, 그림자 인형극 ‘와양 쿨릿’ 공연이 이어지며, 새와 인간이 함께 살아온 오랜 역사를 표현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도 새로 움직인다 공동체와의 연결
이 축제는 단순히 참가자만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축제가 열리는 마을 전체가 ‘새와의 동거’를 준비하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합니다.
집 앞에 장식용 새장 설치, 각 가정에서 참가자에게 무료 식사 제공, 공동 식당에서 축제 메뉴 제공, 학교 수업 시간 단축 등 마을 전체가 축제에 맞춰 생활의 리듬을 조정합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자체에서 ‘축제 기간 외부 차량 통행 제한’을 실시해, 새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배려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단지 행정적 협조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축제를 통한 자긍심과 지역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어떤 마을에서는 "우리 마을은 새가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문구를 벽화로 새겨두기도 했습니다.
인간과 새가 맺는 특별한 유대 – 축제를 통해 드러난 생명 존중의 철학
축제를 지켜보며 느낀 가장 강렬한 감정은, 이곳 사람들과 새 사이에 존재하는 진한 유대감이었습니다.
한 참가자에게 왜 새를 이렇게까지 사랑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새는 6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주셨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아버지가 이 새에게 말하듯 노래를 불렀죠. 그 기억 때문에, 저는 매일 이 새와 대화를 나눕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매일 새장 청소에 한 시간을 들이고, 직접 기른 사료만 먹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새가 울 때 자신도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 축제가 단지 전통 보존이나 취미생활을 위한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인간과 동물 간의 정서적 교류,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동체의 따뜻한 유대감이 고스란히 스며든 생생한 문화 그 자체입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새 축제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서, 가족 간의 유대와 세대 전승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 새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거나 “아들과 함께 기르며 더 가까워졌다”고 말합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가족들이 함께 새를 돌보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세대 간 전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이처럼 새 한 마리는 그들 삶 속에서 기억과 감정을 잇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축제는 그러한 관계를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마치며 – 가장 순수한 ‘노래’를 듣는 축제
인도네시아의 새 축제는 단순한 이색 행사나 특이한 문화 체험이 아닙니다.
이 축제는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생명과의 대화, 그리고 그것을 한 마을이 온 마음을 다해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누군가는 여전히 새가 부르는 노래 한 소절에 삶의 의미를 느끼고,
그 노래를 가족과 이웃, 마을 전체가 함께 공유하며 기뻐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따뜻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여행자에게 이곳은 '소리의 마을'이며,
축제 참가자에게 이곳은 '조용한 경쟁의 전장'이며,
새에게는 이곳이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울릴 수 있는 무대입니다.
당신도 한번쯤, 이 특별한 무대의 관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